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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짜리 경찰 총격 규정, 맹점 투성이

경찰 총격으로 숨진 양용(40)씨 사건〈본지 5월 3일 자 A-1면〉을 계기로 LA경찰국(LAPD)의 모호한 총기 사용 규정과 정신질환자 대응 방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LAPD 홈페이지에 게재된 무기 사용 규정(Use of Force Policy)은 2019년 개빈 뉴섬 주지사가 서명한 법안(SB230)에 기반해 2021년부터 적용된 최신 개정판이다.   바뀐 규정은 ‘현장 위험 감소 노력(utilizing de-escalation techniques)’을 최우선으로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수많은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법이니 방대한 분량으로 예상되지만 분량은 A4용지 5장에 불과하다. 내용도 무기의 합법적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부분은 모호하기만 하다. 이 규정이 경찰의 보호막으로만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총기 사용의 기본 원칙은 ‘객관적으로 타당한(Objectively reasonable)’ 상황으로 제한된다.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먼저 경관 자신이 사망 혹은 심각한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일촉즉발(imminent)’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경우다.   또 용의자가 즉시 체포되지 않는다면 타인이 죽거나 다칠 수 있는 절박한 위험을 유발하는 사건 방지가 두번째다. 마지막으로 범죄자가 도주시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될 때다. 단, 무고한 행인이나 인질이 죽거나 다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면 총기 사용은 금지된다.   LAPD의 전체 총기 사용 규정중 자세하게 명시된 유일한 상황은 ‘차량을 조준한 사격과 차량내에서의 사격(Shooting at or From Moving Vehicles)’이다. 규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경찰은 주행중인 차량에는 총을 쏠 수 없다. 단 해당 차량 운전자가 차량을 이용해 타인을 공격할 시 총기 사용이 허가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돌진해오는 차량을 일단 피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가장 큰 맹점은 총기 사용을 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판단 근거다. 대원칙인 ‘객관적으로 타당한 상황’부터가 문제다. 경찰 발포 사건 조사에서 객관적이라는 말은 ‘인명 우선’이 아니라 경찰 입장에서 해석된다.   단적인 예는 경고사격 규정에서 찾을 수 있다. LAPD는 ‘조준을 피해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경고 사격을 실시한다. 즉 경고 사격이 원칙이 아니라는 뜻이다. 맞은 사람만 억울하다는 얘기다.   규정에는 구체적인 정황별 지침도 없다. 예를 들어 발포시 용의자와의 제한 거리나 우선 조준 부위 등 인명 보호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조치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무력 사용이 필요한 상황의 결정 주체다. 개정판은 그 결정은 오직 현장 경관의 ‘합리적인 믿음(reasonably believes)’에 달려있다고 규정하고 있다.LAPD 총기 규정의 맹점은 또 있다. 비범죄적 상황에서 총기 규정은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도 맹점이다.    경찰은 모든 현장 상황에 동일하게 가주법 '835 (a) PC'를 적용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신질환자 등 상대의 취약성을 고려한 경찰의 차등적인 무력 대응에 관한 규정은 없다.    정신질환자 병원 이송에 대한 절차가 있지만, 경찰의 무력 사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LAPD 정신건강평가팀(MEU)은 주법에 근거해 ▶예비 정신 건강 조사를 수행해 정신질환자의 위험 및 심각한 장애 여부 확인 ▶가족의 진술 및 과거 전력 정보 확보 ▶총기 또는 기타 치명적인 무기가 있는지 확인 후 무기 압류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위험인물임을 인지하고도 현장에서 총을 발포했을 때 책임을 묻는 방침은 없다. 즉,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전 조사를 했는지 여부에 대한 책임은 물을 수 있지만 사전 조사를 통해 예고된 위험에 적절하게 준비했느냐를 물어볼 방침은 마련되어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양씨의 사건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부모와 정신건강국 클리니션 인터뷰를 통해 상황을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들어간 지 2분 30초 만에 총을 발포했다. 무자비하고 성급한 대응으로 보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경찰은 "용의자가 칼을 들고 다가왔다"며 위협에 대한 대응이었음을 설명할 뿐이다. 경찰의 총격의 원인제공 책임을 양용씨에게 넘기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기관 소송 전문 데니스 장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우리는 치명적이지 않은 부위를 쏘거나, 비살상무기를 썼으면 되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하지만, 경찰 안전보다 우선되는 규정은 마련되어있지 않다"고 말했다. 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투성이 경찰 경고사격 규정 경찰 총격 경찰 발포

2024-05-07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라쿠안 맥도날드, 아담 톨리도, 덱스터 리드

시카고 경찰과 20대 남성의 총격 장면이 담긴 경찰의 동영상이 9일 일반에 공개됐다.     사건은 지난 3월 21일 오후 6시 시카고 서부 지역인 훔볼트 파크 지역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경찰 몸에 부착된 바디캠 영상에 따르면 6명의 사복경찰이 흰색 SUV 차량에 다가가 운전자에게 운전석 유리창을 내릴 것을 명령한다.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운전자는 이 명령에 따라 유리창을 절반쯤 내린다.     하지만 곧 유리창을 올린다. 경찰은 차량 문을 잠그지 말라고 명령한다. 경찰은 권총을 꺼내 운전자를 겨냥하고 손으로 차량 문을 열기 위해 시도한다. 수초 간의 실랑이 끝에 총격이 발포된다.     동영상을 공개한 시민기구 COPA에 따르면 이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26세 남성 덱스터 리드가 경찰을 향해 먼저 발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찰은 리드를 향해 일제히 총격을 가한다. 모두 96발의 총탄이 발포됐는데 약 40초 사이였다. 리드는 조수석쪽 문을 열고 밖으로 쓰러졌으며 땅에 쓰러져 미동도 없는 사이에도 몇 발의 총격이 발포되는 장면이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리드의 총격으로 경찰 한 명이 손목 부위에 총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부상은 경미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유가족들은 동영상이 공개되자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의 과잉대처를 비난하며 쿡카운티 검찰이 관련 경찰들을 상대로 형사 기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왜 리드의 차량이 세워졌는지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리드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문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단순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사복 경찰 여섯명이 총을 들고 단속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유가족들은 리드가 총격을 받고 쓰러졌음에도 경찰 총격이 이어졌다는 점을 들어 무자비한 대처라는 주장이다. 아직 쿡카운티 검시소의 부검 결과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몇 발의 총격이 명중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경찰 총격 사건은 지난 2014년 발생한 라쿠안 맥도날드 사건과 유사하다. 당시 맥도날드는 주차된 차량의 타이어를 칼로 찢으며 정지 명령을 하는 경찰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는데 후방에서 발포된 총격으로 쓰러져 숨졌다. 당시 맥도날드가 입은 총상은 모두 16발이었다. 그래서 맥도날드 항의 시위의 대표적인 문구가 ‘16발'이었다.     2021년 리틀 빌리지에서 경찰과의 추격전 끝에 총격으로 사망한 13세의 아담 톨리도 사건도 연상된다. 경찰이 총격이 있기 직전 톨리도는 소지하던 총기를 땅에 버렸지만 총기를 확인한 경찰은 이를 발포 행위로 간주하고 먼저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건 모두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경찰 발포로 사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경찰과 시청의 대응이다. 동영상이 공개되는 과정도 맥도날드 사건과는 상당히 다르다. 맥도날드 사건의 경우 람 이매뉴얼 당시 시카고 시장은 동영상이 공개되는 것을 끝까지 막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공개 명령 판결이 있은 뒤에야 어쩔 수 없이 공개하고 말았다. 이후 후폭풍은 경찰국장의 사임과 관련 경찰의 살인죄 유죄 판결로 이어졌다. 시카고 경찰이 공무로 인해 살인죄를 판결받고 징역형에 처해진 것은 사상 처음으로 알려진 사례다. 이매뉴얼 역시 재출마를 접었다.     톨리도 사건의 경우 도보 추격전을 하던 경찰이 총격을 가하기 전 총기가 시야에 보이자 발포한 것이라는 점에서 경찰 대응이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민사 소송은 이어지고 있다.     경찰국장과 시장의 반응도 당시와는 사뭇 다르다. 진보적인 성향으로 시장 선거 캠페인 당시 경찰의 잔인함을 비난했던 브랜든 존슨 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시장이면서 서부 지역에서 두 명의 어린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으로 다른 흑인 젊은이가 경찰로부터 생명을 잃는 것을 바라보면서 절망감을 느낀다. 숨진 덱스터 리드와 경찰들은 내가 가르치던 학생이었을 수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숨진 리드는 존슨 시장이 교사로 재임했던 웨스팅하우스 대입준비고교에서 농구 선수로 활약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이다.     존슨 시장은 이어 “만약 총탄이 몇 인치만 방향을 바꿨다면 나는 이 자리에서 다른 흑인 남성의 사망 소식을 전하고 있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리드의 발포로 총상을 입은 경찰 역시 흑인 남성으로 나타났다.     시카고 경찰국 역시 성명서를 발표하고 “현재 이 총격사건은 COPA에 의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시카고 경찰은 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모든 자료가 종합되고 수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자체 규정에 따라 총격 사건에 연루된 경찰이 당분간 업무를 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밝혀져야 할 사실들은 남아 있다. 왜 리드의 차량이 세워져야 했는지, 리드가 몇 발의 총상을 입었는지 등은 추후 상세하게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또 경찰이 차량을 세웠던 이유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도 풀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찰과 시장이 이번 사건에 대한 상세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고 초기 대응도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는 점이다. 동영상 공개 역시 신속하게 이뤄지면서 적어도 사건을 은폐하고자 하는 시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리드가 경찰의 요구에 순응해 총격전 없이 단속이 마무리 됐으면 불상사가 없었을 테지만 먼저 발포를 했다는 사실은 경찰의 과잉진압 주장에 무게를 실을 수 없다고 본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맥도날드 덱스터 경찰 총격 경찰 발포 시카고 경찰

20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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